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피에르 위그의 개인전 **‘리미널(Liminal)’**을
평일 오후 조용한 시간대에 관람했어요.
리움미술관은 늘 흥미로운 전시를 선보이지만
이번 전시는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실험적인 경험이었어요.
작품 하나하나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감각과 사고 전체를 동원해서 ‘겪는’ 전시였거든요.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예요.
그의 작업은 늘
‘경계’에 대한 사유에서 출발해요.
인간과 비인간, 생명과 기계,
실재와 가상 사이의 흐릿한 지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능한 작가예요.
단순히 조형물을 만들거나 설치하는 걸 넘어서
기계, 생명체, 자연 시스템, 인공지능 등을
통합한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그의 특징이에요.

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큐레이터 해설을 꼭 신청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이번 ‘리미널’ 전시는
작품마다 철학적 개념이 숨어 있고,
기계와 인간의 관계, 데이터 흐름,
신경 반응 같은 복잡한 요소들이 등장하거든요.
설명을 듣지 않으면
그저 ‘이상한 기계’, ‘알 수 없는 영상’ 정도로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큐레이터의 안내를 들으며
각 작품의 맥락과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고,
덕분에 전시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어요.


이 작품은 전시의 대표작이에요.
감각 기관이 제거된 얼굴 없는 인물이
끝없이 확장된 공간을 걷는 장면이 전시장 한쪽에 펼쳐져 있어요.
실시간으로 관람객의 움직임이나
전시장 환경 데이터를 반영해서
작품 속 움직임이 계속 바뀌어요.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작품’이라는 말이 어울려요.

이 작품은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경계를 탐구하며,
생명체와 기계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요.
작품은 관객에게 생명과 존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요.

가면을 쓴 원숭이가
일본 후쿠시마의 폐허가 된 식당에서
사람처럼 움직이는 장면을 영상으로 담았어요.
사람인가, 동물인가?
현실인가, 연출인가?
이런 경계가 무너지면서
엄청나게 낯설고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해요.


인간의 뇌파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이미지 생성 과정을 재현한 작품이에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건 예술일까요, 과학일까요?


이 작품은 AI가 실시간으로 만들어낸 목소리와 언어가
공간을 가득 채워요.
LED 마스크를 쓴 인물들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면서
기괴하고 매혹적인 언어를 들려줘요.
언어가 인간 고유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작품은 심해의 생물들과 그들의 서식지를 재현하여,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의 생명체의 존재를 조명해요.
작품은 관객에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경외감을 불러일으켜요.


칠레 사막의 유골과 기계장치가
하나의 의식을 만들어내는 영상이에요.
죽음을 기계가 기억하고 조작한다면
그건 인간의 몫일 수 있을까요?
생명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어요.

‘리미널’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었어요.
이 전시는 하나의 ‘체험 공간’이며,
한 사람의 생각 구조를 흔드는 예술적 제안이었어요.
피에르 위그는
‘보여주고 끝내는 것’을 넘어서
‘경험하게 하고, 질문하게 만드는’ 작가였어요.
서울에서 이처럼 강렬한 현대미술 전시는 흔치 않아요.
시간 여유가 있다면
반드시 큐레이터 해설과 함께 관람해보시길 추천드려요.
생각의 전환점이 필요하다면,
리움미술관의 이 전시는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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